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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

Mt.Kilimanjaro

Kwang Gallery SeJong Center, Seoul, Korea. 2014.10.1. ~ 10.7.
킬리만자로, 꿈을 넘어. 세종문화회관 광화랑, 서울


적도의 설산 킬리만자로

House of God
Roof of Africa
Mountain of Greatness

위는 모두 킬리만자로를 일컬어 부르는 말이다. 스와힐리어로 ‘번쩍이는 산’을 뜻한다고도 하는데, 적도의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솟아나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신비로운 모습이 막연한 이상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대한민국 밖에 있는 산 중에서 에베레스트 다음으로 유명한 산일텐데, 정작 일반인들도 특별한 등산 장비 없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해발 5,985m로 6천 미터 가까운 높이지만 지형이 평탄해서 한라산 오르는 것보다 오히려 경사는 더 낮다. 대신 차로 가는 길이 없어 며칠씩 걸어야 한다.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동안 4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고, 열대의 정글에서부터 빙하지대까지 극단적인 풍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천체사진가가 이런 산에 오르는 이유는 별을 찍기 위해서다. 적도에서는 북반구와 남반구의 별자리들을 모두 볼 수 있다. 또한 구름 위로 솟아오른 해발 5,895m라는 높이는 대기 중에 형성되는 먼지층을 건너뛰고 별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인 킬리만자로 산에서 별이 펼쳐진 풍경을 담았다.

 

킬리만자로, 꿈을 넘어

킬리만자로, 누군가에게는 죽기 전에 한 번은 가 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bucket list)의 한 항목이라면, 나에게는 킬리만자로에서 별을 찍는 것이 ‘꿈’이었다. 왜 하필 킬리만자로였을까. 적도 근방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나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연유한 막연한 동경이었을까.

사실 찍고 싶었던 사진은 딱 한 장이었다. 적도의 화산 킬리만자로에서 수직으로 분출되는 듯한 별들의 일주사진. 적도에서 동서 방향을 보면 별들이 수직으로 뜨고 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남북방향으로 갈수록 동심원의 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된다.

그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수십 kg이 넘는 촬영장비와 높은 산에서 얼어 죽지 않기 위한 등산 장비 등을 꾸려서 비행기를 타고 탄자니아까지 가서 며칠씩 산을 올라가야 한다. 돈도 많이 들고, 체력도 많이 소모되며, 높은 고도의 희박한 산소에 적응하지 못하면 고산병에 걸려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필요한 것이 많았기에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준비를 했다. 촬영장비나 등산장비 보다도 정작 가장 구하기 힘들었던 것이 바로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야만적인 노동 환경에서 내가 원하는 기간에 열흘이나 휴가를 낸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결국 대기업에서의 안정된(?) 고소득을 포기하고 나서야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2009년의 마지막 날에 회사원에서 사진가로 직업을 바꿨다. 퇴직금을 털어 처음 간 곳이 바로 킬리만자로다. 그 사진을 찍겠다고 생각한지 10년 만에 갈 수 있었다. 꿈을 그저 간직하고만 있다면 언제까지나 꿈일 뿐이다. 그러나 한번 해보고 나면,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 너머가 보이게 된다. 나는 지금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Gallery


킬리만자로의 첫 날 밤

킬리만자로에 온 첫 날 밤에 촬영한 사진이다. 남십자자리가 지평선 위에 걸려 있다. 수풀 사이로 멀리 킬리만자로 정상 부근의 능선이 보인다. 오른쪽의 덤불이 없었다면 정상이 보였을 것이다. 정상이 보이는 줄 알았다면 구도를 다르게 잡았을 것이다.
해가 지고 완전히 어두워질 때 까지도 구름이 하늘을 완전히 덮고 있었는데, 어느새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로 변해 있었다. 카메라를 급히 챙겨 나왔더니 하늘은 별빛으로 가득한데, 아래를 보면 완벽한 암흑 그 자체다. 지상의 배경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루 꼬박 비행기 타고 날아와서 쉬지도 않고 바로 등산해서 올라왔으니 몸이 적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가이드가 여기서는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지레 포기하고 별만 보고 구도를 잡아 촬영한 것이다. 새벽 동이 터올 때에야 키보 봉우리가 보인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나쁜 가이드!

 


운해 위로 은하수 지다

운해 위로 남반구의 은하수가 지고 있다. 킬리만자로 산의 해발 3,720m에 위치한 호롬보 캠프에서 촬영하였다. 산 아래에서는 구름에 가려 킬리만자로 정상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구름보다 높은 고도에 올라서면 상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발 아래로는 운해가 굽이친다. 구름 아래로 가장 가까운 도시인 모시(Moshi)의 불빛이 언듯언듯 보인다.

남반구의 은하수는 화려하다. 특히 붉게 보이는 것은 에타 카리나 성운인데, 북반구의 오리온 대성운보다도 큰 발광성운으로 눈으로도 볼 수 있다. 검게 보이는 부분은 ‘석탄자루’라고 불리는 암흑성운이다.

해가 저물고 나서 아직 여명이 남아 있는 시간, 구름이 거의 사라졌는데 하필 산 정상 위로 뿌연 덩어리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저기를 찍어야 하는데 왜 구름이 하필 저기서 머무는 걸까. 속이 탔다. 그런데 그 구름이라고 생각한 것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주변이 어두워질수록 점점 밝아졌다. 아! 구름이 아니라 은하수 중심부였다.

언젠가 The World At Night의 멤버인 미국의 천체사진가 Wally가 하와이 마우나 케아에서 촬영한, 붉은 새벽 노을 속으로 은하수가 뜨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한지 의아해 했었는데, 킬리만자로에서 나도 보고 만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대도시에서 먼 산골까지 들어가야 간신히 보이는 은하수가 여기에서는 해가 진 뒤 완전히 어두워지기도 전에 박명 속에서도 이렇게 밝다.
아, 눈 버렸다.

 


키보봉과 은하수

키보봉 너머로 은하수가 지고 있다. 북반구에서 보던 별자리들이 뒤집혀 있는 것이 낯설다.
중간 왼쪽에 보이는 불빛들은 키보(Kibo) 캠프에서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는 등산객들의 헤드램프 불빛이다. 왼쪽 능선에서 보이는 불빛은 바라푸(Barafu) 캠프에서 출발한 사람들이다. 킬리만자로의 동쪽과 서쪽에서 며칠씩 걸어서 올라온 이들은 이제 마지막 정상을 향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자정 전후로 출발하는데, 영하의 추위와 바람, 고산병 등을 이겨내고 급경사를 밤새 올라가야 하는 가장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등정에 성공한다면 정상인 우후루 피크(Uhuru Peak)에서 일출을 보게 된다. 몇몇의 불빛들은 중간에서 도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메루산과 은하수와 별똥별

킬리만자로 산허리 위로 운해가 넘실대고, 그 위로 은하수가 지고 있다. 멀리 보이는 솟아오른 봉우리는 서쪽으로 70km 떨어진 메루 Meru 산이다. 탄자니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으로 해발 4,565m이다. 해가 뜰 때 운해 위로 킬리만자로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데, 저 멀리 메루산까지 늘어진 그림자가 점점 짧아지면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새벽의 황도광

운해 위로 황도광이 올라오고 있다. 새벽이 되면 황도광이 맨 처음 보이고, 이어서 박명과 일출이 따라온다. 황도광 위쪽에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오른쪽에는 오리온자리가 보인다.

우주에 흩어져 있던 입자들이 인력에 의해 이끌려 모이면서 별이 만들어진다. 약 48억 년 전, 가스와 티끌로 이루어진 성운이 수축하면서 중심에는 태양이, 그 주위로 행성과 소행성, 혜성 등이 있는 우리 태양계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어디에도 같이 뭉치지 않고 남은 티끌들이 지금도 태양 주위에 남아 있는데, 워낙 미약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강렬한 태양빛이 없어지면서 밤하늘이 어두워지는 그 절묘한 시점에 비로소 태양빛을 반사하여 모습을 잠시 드러낸다. 하늘이 아주 깨끗한 곳에서라야 볼 수 있고, 태양계의 행성면을 따라 있기 때문에,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가 지표면 위로 똑바로 서있는 적도 지방으로 갈수록 잘 보이게 된다. 황도광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지만 아프리카의 맑은 밤하늘에서는 별빛을 가리는 수준이다.

 


새벽의 마웬지봉

동이 터오는 새벽, 푸르스름한 하늘 위로 별들이 보인다. 등반 *일 째, **에서 촬영하였다. 마웬지봉 오른쪽으로 보이는 희뿌연 덩어리는 소마젤란 은하이다. 남반구의 밤하늘에서는 밤하늘에 솜사탕 두 개가 나란히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은하의 위성은하인 대/소 마젤란 은하다.

산허리에 텐트들이 보인다. 킬리만자로는 차로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없고, 며칠씩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일명 ‘코카콜라 루트’라고 불리는 마랑구 루트로 가는 경우에는 숙박지마다 오두막을 지어 놓아서 조금 편하고 따뜻하게 잘 수 있지만, 나머지 루트에서는 텐트를 짊어지고 올라야 한다.

 


킬리만자로 능선 위로 보이는 오행성

킬리만자로에서 달과 행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쪽 하늘을 담았다. 이곳은 해발 3,720m의 호롬보 Horombo 산장. 오른쪽 아래에 만년설이 쌓여있는 키보 봉우리가 보인다. 지평선 위로 수성Mercury이 보이고, 그 위로 달, 금성, 화성, 토성이 줄지어 있다. 사자자리의 일등성 레구르스 Regulus도 밝게 빛난다.

사실 이렇게 많은 행성들이 이렇게 옹기종기 모이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1997년 말에 목성, 화성, 금성, 해왕성, 명왕성, 달이 서쪽 하늘에 모였을 때 우주쑈니 세기말 현상이니 하고 떠들썩했던 것이다. 하지만 공전주기가 88일인 수성부터 29년인 토성까지 태양을 돌다 보면 같은 방향에서 보일 수 있는 것이지 세기적인 현상이라고 까지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런 날 태어나는 사람들은 어떤 특별한 운명을 타고 났을까? 점성학에서는 별자리와 행성들과 같은 우주의 기운이 그 때 태어나는 사람의 생명의 씨앗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그러니 점성학적으로는 의미 있는 현상일 것이다. 2천여 년 전 예루살렘에서 크리스마스라는 공휴일을 만들어준 고마운 분이 태어났을 때에도 큰 별을 보고 동방박사가 찾아왔다고 하는 등 위대한 인물의 탄생에는 천문학적인 신비한 사건들이 많다. 하지만 그 때 태어난 다른 아기들까지 특별히 이상하거나 신출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즉 정말 그런 기운을 받고 태어나더라도 결국 이루는 것은 노력하기 나름인 것이다.

 


은하수와 황도광

등반 2일째에 해발 3,600m의 키켈레와 케이브 Kikelewa cave 캠프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왼쪽의 키보봉 너머에서 시작한 은하수가 동쪽으로 뻗어 있다. 동트기 전의 동쪽 하늘에는 황도광이 밝다. 가운데에는 홀로 타임랩스 촬영 중인 내 다른 카메라가 보인다.

킬리만자로의 밤하늘에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보기 힘든 현상을 날마다 볼 수 있다. 새벽에 동 트기 전에 해가 뜰 자리 위로 희미한 빛이 원뿔 모양으로 솟아오르는 것이다. 황도광이라는 것인데, 서양에서는 false dawn이라고도 부른다. 새벽 동이 트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에서 온 말이다. 황도광이 밝아오고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비로서 진짜 새벽 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저녁에는 해가 지고 저녁 노을이 빛을 잃을 즈음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마웬지봉과 은하수

킬리만자로를 멀리서 보면 봉우리가 하나가 아니라 셋이다. 가운데의 키보봉이 워낙 크고 웅장하고 흰 눈까지 덮어 쓰고 있어서 나머지 봉우리들이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이중 서쪽의 시라(shira) 고원이 맏형이다. 75만 년 전에 용암이 쏟아져 나오면서 형성되었는데, 50만 년 전까지 분화가 계속되어 거대한 지형을 형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붕괴하여 봉우리가 아니라 고원의 형태가 되었다. 현재의 높이는 4,006m 이다. 시라 고원의 분화가 끝나자마자 마웬지봉에서 분화가 시작되었다. 마웬지봉도 많이 침식되었으나 화산의 형태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현재의 높이는 5,149m인데 매우 가파르고 지형이 험준하여 허가받은 전문 산악인들만이 오를 수 있다. 마웬지봉 아래에는 예전에는 분화구였을 움푹 파인 지형이 있는데, 지금은 물이 조금 고여 있다.

 


키보봉과 화구

킬리만자로에서 가장 높은 키보 봉우리 위로 엄청난 밝기의 별똥별, 즉 화구가 떨어지고 있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별똥별을 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별을 보는 사람에게는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밤새 별 보다 보면 별똥별 대여섯 개 정도는 이래저래 보게 된다. 그러나 저렇게 큰 화구를 보는 일은 정말로 흔치않다. 작은 별이 ‘휙’하고 지나가는 듯한 별똥별과는 달리, 화구는 말 그대로 불덩어리가 떨어지는 것이다. 갑자기 하늘 전체가 밝아지는데 그 밝기로 인하여 바닥에 그림자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화구를 촬영한 것은, 게다가 정확히 킬리만자로 봉우리 위로 떨어지는 것을 촬영한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 게다가 이것은 필자가 이제까지 촬영한 화구 중에 가장 밝은 것이다. 물론 밤새 수천 장을 촬영한 것 중에 단 한 장 촬영된 것이기는 하다.

 


킬리만자로의 서쪽 하늘 일주. 10시간

별들은 북반구에서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남반구에서는 천구 남극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도는 일주운동을 하고 있다. 북극과 남극에서 멀어질수록 별들이 그리는 동심원이 점점 커지면서 적도에서는 별들이 직선으로 움직이게 된다. 위 사진처럼 적도 방향을 촬영하면 가운데에서는 직선의 궤적이 나타나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점점 북극과 남극을 향하여 휘어지는 궤적이 나타나게 된다. 산비탈을 따라서 나있는 밝은 궤적은 정상에 오르는 등반객들의 헤드랜턴 불빛이 남긴 자국이다.

산비탈을 따라서 나있는 밝은 궤적은 정상에 오르는 등반객들의 헤드랜턴 불빛이 남긴 자국이다. 적도의 화산 킬리만자로에서 수직으로 분출되는 듯한 별들의 일주사진, 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10년을 준비했고 결국은 찍었다.

 


킬리만자로의 남쪽 하늘 일주. 10시간

킬리만자로 산 중턱의 해발 3700여 미터의 고지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10시간 가까이 셔터를 열어서 촬영한 사진이다. 과연 지구는 돌고 있다. 별들은 너무나 천천히 움직여 가기에 그냥 바라봐서는 그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촬영하면 별들이 움직여간 궤적이 나타나게 된다. 하룻밤 새 동쪽 끝에서 서쪽 저 멀리까지 많이도 움직였다.

킬리만자로 산은 적도에서 남쪽으로 약 3도 아래에 있다. 거의 적도이다 보니 남쪽을 바라보면 지평선 바로 위에 천구 남극이 보인다. 천구 남극은 지구 자전축의 남쪽 방향을 말하는데, 남반구의 별들은 이 천구 남극을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실제로는 지구가 돌고 있다. 남반구에서 보는 별들의 일주운동은 북반구에서와 반대이다. 북반구의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데, 남반구에서는 반대로 시계 방향으로 움직인다.

 


킬리만자로와 은하수

해발 5,895m로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산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킬리만자로는 적도 근처이기 때문에 북반구와 남반구의 별자리들을 모두 볼 수 있다. 가장 밝은 은하수의 중심부를 기준으로 왼쪽의 별자리들은 북반구에서도 보이는 별자리들이고, 오른쪽의 별자리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센타우루스자리, 남십자자리, 파리자리(!) 등이다. 전 하늘에 88개 밖에 없는 별자리 중에 하필이면 파리라니. 남반구 별자리들의 사연을 들어보자.

북반구의 별자리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유래한 것이 대부분이다. 오랜 시간 동안 유럽과 중동 지방에 걸쳐 전해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퍼져나간 것이다. 하지만 남반구의 별자리들은 마젤란의 세계일주 등 대항해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이름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으되 누군가 불러줄 이 없었던 이 별무리들은 뱃사람들이 망망대해에서 항해할 때 길잡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용어로 불리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남반구의 별자리들에는 고물, 공작, 극락조, 나침반, 날치, 돛, 두루미, 망원경, 물뱀, 시계, 용골, 직각자, 컴퍼스, 카멜레온, 큰부리새, 팔분의, 황새치와 같이 항해에 관련된 용어나 이국의 동물 이름이 많이 붙어있다. 특이한 모양으로 유명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테이블산도 테이블자리라는 이름으로 밤하늘에 올라가 있다. 마젤란도 별자리로는 남지 않았지만 남반구 밤하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 은하의 두 동반은하인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에 이름이 남았다.

파리자리는 남십자자리 아래에 붙어있는 작고 어두운 별자리로 면적으로 따져도 전체 88개 별자리 중에서 78번째, 뒤에서 순서를 매기는 것이 빠른 별 볼일 없는 별자리이다. 게다가 일등성이 두 개나 있는 남십자자리 옆에 붙어있으니 더더욱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없이 ‘파리’라는 초라한 이름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원래는 꿀벌자리였다고 하는데, 프랑스 천문학자였던 라카유가 1752년 당시 북쪽에 있던 북쪽파리자리에 대응하는 의미로 남쪽파리자리로 이름 붙였다. 지금은 북쪽 파리자리는 없어지고 남쪽의 파리자리만 그 이름이 남게 되었으니, 알고 보면 상당히 억울한 별자리이다. 라카유는 파리자리 이외에도 공기펌프, 그물, 나침반, 망원경, 시계, 용골, 조각가, 조각칼, 직각자, 컴퍼스, 테이블, 팔분의, 현미경, 화가, 화로 등의 남반구 별자리를 정리하고 만들었다.

 

전시 현장